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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제법 큰 중견기업의 부회장으로 일하는 분이 있다. 그분의 책을 쓰기 위해 자주 만나면서 코칭에 대한 그의 솔직한 고해성사를 들을 수 있어 이를 공유한다. 우리가 코칭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것보다 실제 코칭을 통해 바뀐 사례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직접 그의 얘기를 들어본다.


난 질문으로 변화된 사람이다. 내가 사업부장 시절 고현숙 코치로부터 코칭 받을 기회가 있었다. 내 코칭 주제는 권한 위임이었다. 당시 난 위임을 하고 싶지만, 부하 사원들이 위임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수행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칭을 받으면서 “부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습니다.”라고 직원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고 코치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과연 그럴까요? 부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요?”라고 진지하게 다시 질문했다. 그 질문을 들은 난 뒤통수를 한 대 맞는 느낌이었다. 정말 그들이 열심히 하지 않을까? 열심히 하는데 내가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등등. 나 스스로 그 질문을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다음에 만나 “내가 사랑이 부족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코치는 무슨 말인지 의아해했다.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직원들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고 경험이 적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내 잣대로 그들이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가졌습니다. 임원들은 동생뻘이고 직원은 내 자식 나이인데, 만약 내 친동생과 아들딸이 부족하다면 그들을 배려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사랑이 부족해 그렇게 못했습니다.” 고 코치는 내 깨달음에 대해 칭찬을 해줬다. 그때의 그 질문이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불만을 갖기 보다 그들을 육성시키겠다는 마음으로 피드백을 했다.


이후 직원들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당신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니 자신이 제일 잘 알 것이고, 당연히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 의견 없이 지시를 받아 일을 하려는 직원은 일이 잘못되면 상사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책임을 회피할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 생각을 만들어야 한다. 그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상사와 대화하거나 보고할 땐 내 의견을 정리한다. 내 의견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상사가 무엇을 질문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부하로써 상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눈높이에 맞춰 일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상사의 질문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상사가 질문한다는 건 내 설명이 부족해서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기에 관심이 많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상사가 이 상황에서 무슨 질문을 왜 하는지를 고민해 보면, 상사가 무엇을 중시하고 어떤 생각과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로직을 알 수 있다. 질문을 보면 상사의 관심분야와 중요도를 알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건 자기 확신이다. 자기가 하는 일은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게 가장 위험하다. 본인에게도 조직에도 참으로 위험하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 확신은 무지의 결과물이다. 공부하지 않은 결과물이 자기 확신이란 것이다. 똥고집을 피우는 사람을 관찰하면 대체로 자기주장을 증명할 만한 근거가 없다. 조각난 지식, 고루한 정보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높은 사람이 이렇게 되면 손쓸 방법이 없다. 조직이 모든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런 사람을 바꿀 방법이 있다면 바로 질문이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질문이다. 나는 반박하는 대신 ‘과연 그럴까요?’란 고 코치의 말에 스스로를 의심했고 결과적으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혹시 소신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반대하는 걸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는가? 그럴 때 스스로를 의심해 보라. 과연 내 생각이 옳을까? 만약 내 생각이 틀렸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