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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코치들의 긍정심리학 독서모임에 참석했다. 나름대로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 형광펜으로 밑줄 긋고, 메모도 꼼꼼히 했다. 그런데 토론 시간이 되자 읽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다른 코치들의 발표를 들으니 그제야 생각이 났다. ‘아! 이렇게 책을 읽어서는 안되겠구나!’ 그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책 요약’이다. 책을 읽고 주요 내용을 손글씨로 정리한 뒤, PPT로 내용을 구성하고 시각화했다. 요약본만 봐도 책의 내용의 흐름과 핵심 메시지가 떠오르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100번째 책 요약을 마쳤다. 책을 정독하고 내용을 PPT로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자료나 영문 원서를 참고해 보완했다. 각 장마다 그간에 취미로 찍은 사진들로 장표를 만들었다. 책 요약은 나의 숨은 ‘개인 사진전’이기도 하다. 최근엔 AI 덕분에 번역되지 않은 영문 원서 3권도 한글로 요약해 보았다. 100권의 책을 요약하며 세 가지 소중한 것을 배웠다.


1. 강점으로 시작하라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을 마친 이들은 “시작이 반이다”란 말을 실감한다. 작은 시작의 행동이 있어야 큰 결과도 만든다. 나의 책 요약은 강점으로 시작하였다. 은퇴 후의 넉넉한 시간, 강의 준비로 익숙해진 PPT 기량, 배움을 촉발하는 궁금증 그리고 사진이라는 취미. 이것이 내가 가진 강점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발전하는 IT 기술도 도움이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책을 촬영하고, AI로 텍스트를 추출하여 요약하니 작업 효율이 점차 좋아졌다. 손글씨로 썼던 내용 정리도 디지털화하니 시간이 절약되고 오타도 줄어들었다. 작은 시작들이 꾸준하게 쌓이자 어느 순간 가속이 붙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왔다. 책 한 권을 정리하는 시간이 한 달에서 두 주로 짧아졌고, 흐름을 잡는 감각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책 요약의 번호가 늘어가니 완성하는 재미도 늘어갔다. 덕분에 여러 책에서 인용되는 핵심 키워드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조망하는 드론 뷰(Drone View)를 갖게 되었다. 강점은 사용할수록 근육처럼 단단해진다.


2. 친구들의 도움과 아이디어를 활용하라

20권쯤 요약했을 무렵, 미국에 있는 친구가 ‘책 요약 일련번호를 붙여보면 어때?’ 하고 아이디어를 주었다. 또 다른 친구는 ‘Takeaway’ 슬라이드를 추가해 자신의 인사이트를 정리해 보라는 Tip도 주었다. 몇몇 친구들은 책 요약에서 오타나 표현의 오류를 찾아 알려주기도 했다. 처음엔 오타를 알려주는 것이 마치 실수를 지적하는 것처럼 보일까 조심스러웠다 한다. 하지만 고맙다고 잘 받아주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그들의 강점인 꼼꼼함이 빛을 발했다. AI 덕분에 오타는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자신의 오류를 스스로 발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주변의 조언과 도움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자신의 성장을 돕는 소중한 자원이다. 작은 도움이 모이면 시너지가 생기고,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


3. 나눌수록 확장되는 지식의 힘

한동대학교에서 배운 ‘배워서 남 주자’ 정신을, ‘배워서 나누자’로 실천하고 있다. 읽을 책을 고를 때는 기업 필독서, 서평, 신간 소개, 그리고 주변의 추천을 참고한다. 신간도 중요하지만, 시대를 초월할 가치를 담은 책을 고르려 노력한다. 이렇게 정리한 책 요약본을 코칭 고객, 동료 코치, 친구, 후배들과 나누고 있다.


많은 리더들에겐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책 읽을 시간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책 요약을 받은 분들은 주요 내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읽어야 할 책 선정에 도움이 되며 책을 구입하여 읽게 하는 동기부여도 되었다. “독서모임을 하려는데 코치님이 정리한 책 요약을 나눠도 될까요?”라는 요청을 받으면 “물론이죠. 마음껏 나누세요.”라고 답한다. 그럴 때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책 요약 나눔은 배움을 좋아하는 분들과 연결해 주는 Network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형자산은 나누면 줄지만, 무형자산인 아이디어와 지식은 나눌수록 확장이 된다.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부르고, 다시 유익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100번째 책 요약을 축하하며 친구가 카톡을 보내왔다. ‘200권까지 해봐!’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wcc509@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