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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식료품 체인점 ‘트레이더 조’가 출시한 한국식 김밥 ‘kimbap’이 한류 열풍과 채식 문화에 힘입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외국인이 김밥을 먹으며 SNS에 자랑하는 장면은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이제 김치, 불고기, 비빔밥, 김밥 등은 전 세계인이 즐기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아직 가까이하지 못하는 재료가 있다. 바로 소, 돼지의 내장이다. 미국의 리얼리티 쇼 '헬스 키친'에서 고든 램지는 팀 경쟁에 진 셰프들에게 벌칙으로 내장을 먹였고, 미국 디지털 미디어 ‘버즈피드’는 우리나라의 혐오 음식으로 순대를 꼽았다. 흥미롭게도 미국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중 자국민의 내장 섭취를 장려하는 대대적인 홍보를 벌인 적이 있다. 정부는 전쟁 중인 군인에게 육류 부위를 우선 배정하고 남은 내장류는 '애국적 식재료'로 홍보하며 민간 소비를 유도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내장을 저급한 고기로 여기는 인식과 오랜 기간 굳어진 식습관을 타인의 설득으로 쉽게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어떻게 내장을 먹게 할 수 있었을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설득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심리학자 커트 르윈(Kurt Lewin)은 인간 행동 변화에 관한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참가자들을 두 개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에는 영양학 전문가가 ‘내장을 먹으면 건강에 좋고,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하게 했고, 두 번째 그룹에는 참가자들이 토론에 직접 참여하여 ‘어떻게 하면 내장을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을까?’ 등의 주제로 논의하게 했다. 실험 후 각 그룹 참가자들이 실제로 내장을 얼마나 소비하는지 추적한 결과, 정보만 전달받은 '강연 그룹' 사람들이 내장을 먹는 비율은 약 3% 증가했다. 그에 비해 직접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 '참여 그룹' 사람들은 32% 증가했다. 즉, 단순히 정보를 전달받은 사람들보다, 직접 논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행동 변화가 훨씬 더 컸다. 사람들은 시켜서 하는 일을 싫어한다. 아무리 옳은 소리, 맞는 말도 남이 하면 잔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잔소리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이 동하지 않으니 몸도 따르지 않는다. 나만 해도 상사가 시키는 일은 재미가 없었다. 작더라도 내 아이디어가 반영된 일을 할 때 신이 났고, 결과에 대한 책임감도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맡은 부서의 운영 모토는 "참여 없이, 헌신 없다"였다. 리더는 다른 사람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게 하는 것도 리더의 숙명이라는 데 있다. 이때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하기보다 그들이 스스로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도록 참여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설득은 자기가 하는 설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할까?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은가? 그 결과는 우리에게, 회사에,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구성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토의하고, 방법을 찾아 같이 일하자.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자. 참여 없이는 헌신도 없고, 헌신 없이는 고품질의 결과도 얻을 수 없다. 당신은 어떻게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annjoo@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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